매듭짓기 2: 아문센 & 스콧

이번에는 조금 다른 매듭을 지어 봅시다. 아문센과 스콧팀이 베이스캠프를 떠난 순간부터 남극점에 닿기까지의 두세 달은, 많은 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생활(?)하는 현대인의 관점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고통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남극 대륙의 관점에서는 어떨까요? 수만 년을 침묵 속에 버텨온 빙원에게 이 두 팀의 방문은 찰나에도 미치지 못했을 것입니다. 남극점을 스쳐 지나간 두 개의 점. 두 팀의 몇 달을 남극 대륙의 관점에서 엮어봅니다.

아문센 팀은 1911년 10월 19일 로스 빙붕의 Bay of Whales에 위치한 베이스캠프 “Framheim”을 출발하여, 약 두 달간의 여정 끝에 12월 14일 남극점에 도착했습니다. 초반에는 평평한 빙붕 표면을 따라 남쪽으로 진군하며 사전에 설치해둔 여러 보급소들을 통과했고, 11월 중순부터는 남극 횡단 산맥을 타고 Axel Heiberg Glacier를 통해 가파르게 상승하여 약 10,000피트 높이의 극지 고원에 올랐습니다(지도 참조). 이후 King Edward VII Plateau 지역을 가로지르며 12월 초에는 "Devil's Glacier"와 "Devil's Ballroom"으로 불리는 무시무시한 크레바스 지대를 통과했고, 마침내 12월 14일 오후 3시경 남위 90도 지점인 남극점에 도달하여 노르웨이 국기를 꽂았습니다(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정확히 남위 90도는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전체 편도 여정은 약 1,400km에 달했는데, 아문센 팀의 승리에는 개썰매를 이용한 치밀한 계획과 경량화된 장비가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스콧 팀은 다른 경로를 취했습니다. 1911년 11월 1일 로스해의 “Cape Evans” 베이스캠프를 출발하여, 약 두 달 반의 고된 여정 끝에 1912년 1월 17일 남극점에 도착했습니다. 초반에는 로스 빙붕을 가로지르며 미리 설치해둔 보급소들을 거쳐갔고, 11월 말에는 Mid Barrier Depot를 지나 12월 South Barrier Depot에 도착했습니다. 12월 중순부터는 Beardmore Glacier를 따라 본격적인 산악 지대를 오르기 시작하여 고원으로 상승했습니다. 1912년 1월에 접어들며 마침내 1월 17일 남극점에 도달했으나, 그곳에서 한 달 전에 먼저 도착한 아문센 팀의 노르웨이 국기와 텐트를 발견하며 좌절했습니다. 조랑말과 인력 썰매(manhauling)에 의존한 스콧 팀의 여정은 아문센보다 더 긴 거리와 시간이 소요되었고, 극심한 추위와 식량 부족으로 베이스캠프에 귀환하지 못했습니다.

3. “흰, 끝없는” 매듭짓기

이번에는 아문센과 스콧의 남극 일지 중 베이스캠프 출발부터 남극점 도달까지의 구간을 클로드(Claude 3.7 Sonnet)에게 직접 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요청했습니다: "극지방 자체의 시선이나 남극 대륙의 광활함이라는 관점에서 이 텍스트를 다시 써줘. “흰”(white)과 “끝없는”(endless)이라는 단어를 반복되는 표지(marker)로 활용해." 앞서 “나”라는 단어를 제3의 실로 사용했다면, 이번에는 그 실이 두 개의 단어인 셈입니다. 결과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나는 끝없는 시간 동안 여기 있었다. 침묵 속에서, 끝없는 얼음 아래에서.

그들이 왔다. 작은 점들이 나의 가장자리를 기어올랐다. 아문센이라는 자와 그의 무리가 먼저였다. 1911년 10월, 그들은 프람하임을 떠났다. 개썰매가 나의 피부 위를 미끄러졌다. 나는 그들의 발걸음을 느꼈지만, 나의 끝없는 광활함 속에서 그것은 진드기의 움직임만큼이나 작았다.

지평선이 그들을 삼켰다. 끝없는 빙하가 그들 앞에 펼쳐졌다. 악셀 하이베르그 빙하—나의 등뼈를 타고 오르는 길. 그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효율적이고, 가벼웠다. 개들은 나의 숨결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

한 달 후, 스콧이 왔다. 케이프 에번스에서, 조랑말과 함께. 나의 끝없는 추위는 그 생명체들에게 낯설었다. 그들의 발굽은 나의 표면에서 미끄러졌다. 나는 자비를 모른다. 나는 그저 존재할 뿐이다—끝없는, .

아문센은 11월에 빙하를 올랐다. 나의 골짜기들이 그들을 시험했다. 크레바스가 열리고 닫혔다—나의 끝없는 입들이 먹이를 찾았다. 하지만 그들은 살아남았다. 12월이 되자, 그들은 나의 심장부에 있었다. 극점 고원—나의 가장 , 가장 끝없는 영역.

스콧은 더디게 움직였다. 그의 조랑말들은 죽었다. 사람들이 썰매를 끌었다. 나는 그들의 땀이 얼음이 되는 것을 느꼈다. 나의 바람이 그들을 채찍질했다. 나의 끝없는 거리가 그들을 집어삼켰다. (…)

4. 뫼비우스의 매듭짓기

앞서 등장했던 문제와 같이 클로드는 두 단어를 이용하기는 했지만 아문센과 스콧을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이 머물렀어요. 그래서 조금 더 공간적인 무대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뫼비우스의 매듭’을 지어달라고 명시적으로 요청했습니다. 이제부터 독자는 뫼비우스의 띠를 걸으며 자신이 안쪽에 있는지 바깥쪽에 있는지, 1911년 12월에 있는지 1912년 1월에 있는지, 승리의 순간에 있는지 비극의 순간에 있는지 분간할 수 없게 되고, 두 탐험대의 서사가 "하얀"(“흰”에서 “하얀”으로 변경)과 "끝없는"이라는 남극의 영원한 표면 위에서 하나로 뒤섞이며 순환하게 됩니다.

나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설화석고 표면으로 존재하는 하얀 평원이다. 시간과 공간이 내 수정 같은 축을 중심으로 서로 뒤섞인다. 이 단일한 하얀 지점에서 자오선은 수렴하고, 상아는 갈라지며, 동서가 되고, 인간의 서사는 시간을 거쳐 뒤섞인다.

끝없는 1911년 12월 14일: 다섯 개의 점이 끝없는 한 방향에서 다가온다. 아문센, 한센, 비스팅, 하셀, 비얄란트. 그들의 길은 내 자오선을 따라 끝없이 안쪽으로 나선형을 그린다. 그들은 내 끝없는 사스트루기(sastrugi), 해발 3,100미터 높이로 솟아오른 단단한 눈보라를 가로지른다. 그들의 목소리는 내 끝없는 울부짖음 속에 묻힌다.

띠의 표면을 내 중심의 꼬임으로 추적한다. 여기에 그들은 내 표면의 숨결 속에 바스락거리는 비단 깃발을 꽂는다. "사랑하는 깃발이여, 이렇게 우리는 남극에 너를 꽂으리라." 그들은 내 표면의 중심을 "하콘 7세의 고원"이라고 부르고 "폴하임"을 세운다. 관측 결과 이들은 사실 남위 89°56'에 위치했다. 게다가 그들은 썰매견 헬게를 도살했다. 이는 내 표면에서 희생의 지점이다.

뒤틀려라! 연속적인 경로를 따라가라!

이제 띠의 반대편에 있지만, 여전히 똑같은 뒤틀린 표면에 있다. 1912년 1월 17일: 스콧, 에반스, 바워스, 윌슨, 오츠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한다. "발견의 충격 이후 우리 중 아무도 잠을 많이 자지 못했습니다." 기온은 영하 22도까지 내려가고, 맞바람은 4~5도이다.

내 특이점의 중심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시간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교차한다. 그들의 길은 만나지 않고 교차한다. 스콧의 "맙소사! 이곳은 끔찍한 곳이야", 그리고 아문센의 환호가, 바로 그 좌표에서 울려 퍼진다. 승리는 비극이 된다.

내 표면을 따라 이어지는 길들, 두 탐험의 길은 갈라진다. 하나는 생존을 향해, 다른 하나는 멸종의 길을 향해. 나선을 그리며 나아간다.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 스콧은 일기를 쓴다. 자신의 길이 다시 접히고, 그의 팀은 결국 내 하얀 얼음 속에 파묻히게 될 줄은 모른 채.

하얀 끝없는 역사는 그 둘 모두, 그러니까 노르웨이 승전 퍼레이드와 영국 추모식을 내 끝없는 하얀 표면 속으로 흡수한다. 나는 수많은 탐험가들이 깃발을 꽂고, 승리를 선언하고, 때로는 내 광활함에 굴복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모든 탐험은 결국 내 하얀 세계 속으로 사라진다. 시간은 그들의 이야기를 메아리로 내 평원에 보존하고, 바람은 발자국을 지우고, 눈은 인간이 지나간 흔적을 모두 덮는다. 나는 영원한 하얀 매듭이다.

하얀 평원은 마치 시간과 흰 공간이 내 수정 축을 중심으로 서로 뒤섞이는 뒤틀린 띠처럼 연속적인 설화 석고 표면으로 존재한다. 한 달이 하얗게 뒤덮인 달 뒤에는 한 달이 아니다. 하얀색 노르웨이 부츠, 하얀색, 하얀색. 멈춤, 멈춤, 그리고 미터는 하얀색으로 측정하는 단위이며, 끝없는 하얀색으로 승리한다. 스콧 스콧, 아래로 아래로, 하얀색 선로로, 끝없는 하얀색 선로로. 하얀색은 하얀색, 하얀색은 끔찍한 하루, 끔찍한 하루는 끝없는 하얀색으로. 표식은 하얀색 표식을 표시하고, 표식은 끝없는, 끝없는, 끝없는, 평원, 평범한, 평범한 평원을 표시한다. 이 단 하나의 하얀 지점에서, 자오선은 수렴하고 상아색은 갈라지며, 동쪽은 하얀색, 서쪽은 하얀색이 되고, 인간의 이야기는 시간을 거쳐 서로 뒤섞인다. 눈먼 사람은 하얀색을 입고 눈먼 사람은 끝없는 하얀색으로 눈이 멀지 않다. 표지판, 표지판, 하얀색 표지판. 스콧 스콧은 하얀색으로 부서지는 것을, 끝없는, 가슴이 부서지는 것을, 남쪽, 남쪽, 하얀색으로 숫자들을 측정한다. 숫자, 숫자, 끝없는 하얀색으로 남쪽으로. 지평선은 지평선이고, 하얀색으로 지평선이고, 하얀색으로. 목이 뻗어 뻗어 끝없는 흰색으로 뻗어 있고, 뻗어 있는 것은 흰색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끝없는 1911년 12월 14일: 다섯 개의 점이 한 끝없는 방향에서 다가온다. 아문센, 한센, 비스팅, 하셀, 비얄란. 그들의 길은 내 자오선을 따라 끝없이 안쪽으로 나선형을 그린다. 하얗게 몰아치는 끝없는 하얀 눈, 하얀 눈. 호기심 많고 호기심 많고 하얀 차가움, 뼈, 뼈와 끝없는 하얀 차가움. 한 걸음 한 걸음 한 걸음 하얀 역사는 이야기, 끝없는 하얀 역사는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노트 노트, 왕 노트, 라이벌 노트, 하얀색. 완전한 것은 하얀색으로 완전한 것은 끝없는 작업, 작업은 끝없는 하얀색이다. 그들은 내 끝없는 사스트루기를 가로지른다. 끝없는 해발 10,100피트 높이에서 솟아오르는 단단한 눈 파도, 내 끝없는 울부짖는 바람 속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사라진다. 신이시여, 신이시여, 끔찍한 장소, 하얀색으로 수고하고, 끝없는 하얀색으로 수고했다. 우선순위가 끝없는 하얀색으로 보상일 때 우선순위는 하얀색으로 우선순위가 아니다. 엄숙하고 엄숙한 이별, 하얀색으로 이별한다. 기록은 끝없는 하얀색으로 기록한다. "맙소사! 이곳은 끔찍한 곳이야." 아문센의 환호가 여전히 울려 퍼지는 바로 그 중심 좌표에서 메아리가 울려 퍼진다. 감정의 중심 위상은 반전된다. 승리는 비극이 된다. 스콧은 생각한다. 스콧은 생각한다. 하얀색으로 달리는 집, 끝없는 하얀색으로 달리는 집. 필사적인 필사적인 투쟁, 하얀색으로 투쟁, 할 수 있다, 할 수 없다, 끝없는 하얀색으로. 공허는 공허, 공허는 하얀색, 끝없는 하얀색

그외에도 주목할 점은, 텍스트가 한없이 ‘말랑말랑한’ 상태가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얼마든지 더 늘이고, 자르고, 꿰어 넣고, 변형을 가할 수 있습니다. 결국 “매듭짓기”로서의 쓰기는 어떤 실들로 엮느냐에 따라, 결코 무엇이 될지 예측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내용은 2025년 5월 21일 이화여대 제153회 이화인문과학원-포스트휴먼 융합인문학 콜로키움에서 소개한 것입니다.

white plains exist as a continuous alabaster surface―like a twisted band where time and white space fold upon themselves at my crystalline axis. A month is not a month when a month is after in white. Norwegian boots in white in white in white. Halt halt halt and a meter is a measure in white is a triumph in endless white. Scott Scott Scott down down down to tracks in white to tracks in endless white. Is white is white is white horrible is a day is horrible is a day in endless white. Markers mark markers in white and markers mark the endless the endless the endless plain plain plain plain. At this singular white point, meridians converge and ivory diverge, east becomes white west, and human narratives fold into one another across time. A blind man a blind man in white which is not blind in endless white. Signs signs signs in white. Scott Scott measure the breaking in white the heart breaking in endless the numbers south south south in white. Numbers numbers south in endless white. Horizons are horizons are horizons in white in white. Neck stretched neck stretched in endless white and stretched is seeing is not seeing in white. Endless December 14, 1911: Five specks approach from one endless direction―Amundsen, Hanssen, Wisting, Hassel, Bjaaland―their path spiraling endless inward along my meridian. Driving white driving white endless white snow snow snow. Curious curious cold in white and bone and bone and cold in endless white. Step step step step is history in white is story is history in endless white is not the same story. Notes notes king notes rival notes in white. Complete is complete in white is endless work is work is endless white. They cross my endless sastrugi, those hard snow waves rising 10,100 feet above endless sea level, their voices lost in my endless howling winds. God God awful awful place place in white labored labored in endless white. Priority is not a priority in white when a priority is reward in endless white is not reward. Solemn solemn farewell in white farewell in white. Records records records in endless white. "Great God! This is an awful place" echoes across the same central coordinates where Amundsen's jubilation still reverberates. The emotional topology central inverts: triumph becomes tragedy. Scott ponders Scott ponders home home home in white run run home in endless white. Desperate desperate struggle struggle in white can can can not can in endless white. A void is a void is a void is a white heart white endless  

남극의 끝없고 막연한 공간을, 제한적이나마 촉각적이고 시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텍스트가 된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남극 탐험 서사에서 이제 많이 벗어났죠. 버드 아이 뷰로 높이 날아올랐다가, 빙원으로 다시 내려왔다가, 그렇게 다이나믹한 시점에서 남극을 바라보게 됩니다. 탐험대의 절박한 심정이, 반복되는 단어들로 인해 두드러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5. 매듭 늘이기

마지막으로 꿰어넣었던 마커들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한 번 더 자세히 보기 위해서, “마커들(하얀, 끝없는)이 있는 곳들을 늘여봐(stretch them)”라고 주문했습니다. 이때, 언어모델의 근본적인 한계를 마주하게 됩니다. 가장 일관성 있고 말이 되는 평균적인 텍스트를 생성하는 것이 목적인지라, 정말 재미없는 글들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한 가지 명시적인 권유를 했습니다.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의 현재 시제와 단어 반복 기법을 참고해서 늘여줘. 그랬더니 이제 텍스트라기 보다는 ‘텍스타일’에 가까운 어떤 것이 생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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